요즘 SNS나 뉴스를 보면 “종교가 마음 건강에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2026년 5월 4일, 브리검영대학교(BYU) 산하 연구기관인 위틀리 인스티튜트(Wheatley Institute)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미국 학계와 언론이 들썩였습니다. 오늘은 이 종교와 정신건강 보고서가 정확히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작성했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꼼꼼히 검증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보고서는 누가, 왜 만들었나
위틀리 인스티튜트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21세기 2분기를 시작하는 지금, 최고 수준의 의학·사회과학 연구들이 종교와 정신·신체·사회 건강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울증, 불안, 외로움, 약물 남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지만 잘 활용하지 않는 자원으로 종교를 주목한 것입니다. Wheatley InstituteWheatley Institute
이 보고서는 “Religion and Human Flourishing(종교와 인간 번영)”이라는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편으로, 종교와 신체 건강, 종교와 사회적 건강을 다루는 후속 보고서가 향후 몇 주 안에 차례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PR Newswire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 보고서가 단순한 의견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024년 출간된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의 ‘Handbook of Religion and Health(종교와 건강 핸드북)’ 3판에 수록된 방대한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무게감을 갖습니다. 이 핸드북은 종교와 건강 연구 분야를 개척해온 학자들인 해롤드 코에닉, 타일러 밴더윌, 존 피티트가 공동 집필했으며, 수만 건에 달하는 동료심사 논문 가운데 표본 규모, 통계적 통제, 임상적 타당성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연구만을 선별해 담은 자료입니다. Wheatley InstituteByu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종교와 정신건강 보고서의 신뢰도를 가늠하려면 누가 썼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이 보고서는 한 사람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 7명이 참여한 다학제적 연구팀의 결과물입니다.
대표 저자인 로렌 D. 마크스(Loren D. Marks)는 가족학 교수로,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미국의 신앙 가정(American Families of Faith)’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 외 공동 저자로는 형사사법 분야 전문가인 시마 바라단 보먼(Shima Baradaran Baughman) 법학 교수, 듀크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행동과학 교수이자 듀크대 영성·신학·건강센터 설립 디렉터인 해롤드 G. 코에닉 박사, 종교와 가족, 정신건강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W. 저스틴 다이어 교수, 도덕성과 종교 발달 분야의 권위자인 샘 A. 하디 심리학 교수, 종교 다원주의 분야 전문가인 폴 W. 램버트, 그리고 위틀리 스콜라이자 연구보조원인 니콜 슈레델이 참여했습니다. PR NewswirePR Newswire
이렇게 보면 신학자 한 명이 단독으로 작성한 글이 아니라, 의학·법학·심리학·가족학을 아우르는 학제 간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이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숫자: 10대 1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는 바로 ’10대 1’입니다. 종교적 참여와 정신건강 사이의 긍정적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961건)가 부정적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101건)보다 거의 10배 많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강력한 근거가 발견된 영역은 자살 위험 감소,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 약물 남용·중독 감소, 그리고 희망·삶의 의미·삶의 만족도 향상이었습니다. Wheatley InstituteWheatley Institute
영역별로 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자살: 76건의 고품질 연구 중 89%가 종교성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자살률이 더 낮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PR Newswire
- 불안: 85건의 연구 중 69%가 종교성이 높은 그룹에서 불안 수준이 더 낮다고 보고했습니다. PR Newswire
- 우울증: 247건의 연구 중 74%가 종교성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더 나은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PR Newswire
- 긍정적 정서: 251건의 연구 중 무려 93%가 종교적 참여와 삶의 만족도, 행복감, 희망, 자존감, 낙관성 사이의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고했습니다. PR Newswire
- 스트레스 대처: 103건의 연구 중 86%가 종교와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는데, 이는 미국이 세계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PR Newswire
흥미로운 에피소드: 11만 명의 간호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추상적인 통계가 아니라, 실제 수만 명을 수십 년간 추적한 대규모 종단연구에서 나온 구체적인 인물군의 이야기입니다.
약 11만 명의 보건의료 전문직 종사자를 추적한 한 연구에서, 매주 종교 예배에 참석한 여성들은 16년 추적 기간 동안 자살로 사망할 가능성이 75% 더 낮았고, 남성의 경우 26년 추적 기간 동안 48% 더 낮았습니다. 평생을 응급실과 병동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켜온 간호사들이, 정작 자신들의 정신건강을 지킨 변수 중 하나가 ‘매주 예배 참석 여부’였다는 사실은 꽤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PR Newswire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는 거의 4만 9천 명의 간호사를 16년간 추적한 종단연구로, 매주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우울증 발병 확률이 25% 더 낮았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단순히 “신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막연한 직관을 넘어, 실제 의료 데이터로 뒷받침된 패턴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PR Newswire
보고서는 또한 흥미로운 사회적 통계도 함께 제시합니다. 연구자들은 매주 종교 예배 참석률이 감소한 것이 미국 자살률 상승의 약 40%를 설명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즉, 신앙 공동체로부터 멀어지는 사회적 흐름 자체가 정신건강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인 셈입니다. PR Newswire
“얼마나 믿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참여하느냐”
보고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발견은 ‘문턱 효과(threshold effect)’입니다. 연구팀은 종교의 건강상 이점이 지속적이고 높은 수준의 참여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매주 또는 그보다 더 자주 예배에 참석하는 등 헌신적이고 정기적인 종교 활동이 청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그리고 인종·민족·종교 전통과 무관하게 가장 뚜렷한 건강상 이점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PR NewswirePR Newswire
마크스 교수는 이를 두고 명목상의 소속이 아니라 헌신적인 종교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종교를 믿는가”보다 “얼마나 꾸준히, 깊이 있게 신앙 공동체에 참여하는가”가 정신건강과의 상관관계에서 더 결정적인 변수로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PR Newswire
균형 잡힌 시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보고서를 다루는 모든 언론이 똑같은 톤으로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AP통신은 “잦은 예배 참석이 더 나은 정신건강으로 이어지는가? 자주 그렇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전문가들의 신중한 시각을 함께 전했습니다. 종교가 강압적이거나 해로운 형태로 작용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통계를 해석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위틀리 인스티튜트 스스로도 보고서 안에서 “해롭거나 강압적인 형태의 종교도 분명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패턴은 명확하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Wheatley Institute
또한 이 보고서가 특정 종교 색채를 띤 대학 산하 기관에서 나왔다는 점도 참고할 만한 맥락입니다. 위틀리 인스티튜트는 BYU 소속 연구기관으로, 가족·종교·헌법적 정부라는 핵심 제도를 강화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학술적 근거 자체는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핸드북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보고서의 해석과 정책 제언 부분은 이 기관의 가치 지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함께 인지하는 것이 균형 잡힌 정보 소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정책적 시사점
연구팀은 단순히 데이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몇 가지 실천적 제언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 종교적 참여를 전문적인 정신건강 치료를 보완하는, 자발적이면서도 근거 기반의 자원으로 인식할 것
- 의료진과 신앙 공동체 사이에 연계 체계를 구축해, 임상의들이 환자를 신앙 공동체의 지지 자원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할 것
- 특히 농촌 및 의료 취약 지역에서 신앙 공동체가 자살·약물남용 예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것
- 다양한 신앙 전통에 걸쳐 이러한 혜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종교의 자유와 다원성을 보호할 것
마무리하며: 숫자 너머의 메시지
위틀리 인스티튜트의 종교와 정신건강 보고서는 단순히 “교회 다니면 행복해진다”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가 아닙니다. 11만 명의 의료 전문직 종사자, 수만 명의 간호사, 수백 건의 동료심사 논문을 가로지르는 일관된 패턴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혜택이 ‘얼마나 꾸준히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종교가 만능 해법이 아니며, 해로운 형태의 종교도 존재한다는 단서를 잊지 않는 균형 감각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종교와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쟁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이번 보고서는 추측이 아닌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대화의 출발점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 시리즈인 ‘종교와 신체건강’, ‘종교와 사회건강’ 보고서가 공개되면 이 블로그에서도 이어서 다뤄보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