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어요. 그런데 결혼식 비용조차 상상이 안 돼요.”
뉴욕 아스토리아에 사는 27세 여성 그레이스 사켈라리우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요즘 미국 Z세대의 연애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최근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다룬 “Z세대는 첫 데이트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보도, 과연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이 글에서는 해당 보도의 출처를 하나하나 추적하고, Z세대 데이트 비용 문제를 둘러싼 통계와 실제 사례를 깊이 있게 검증해본다.
1. 보도의 출처는 어디인가 — Z세대 데이트 비용 논란의 시작
이번 논란의 발단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베터 머니 해빗츠(Better Money Habits)’ 보고서다. BofA는 18~29세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한 달 데이트 비용으로 ‘0달러’를 쓴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남성 응답자의 53%, 여성 응답자의 54%가 여기에 해당했고, 돈을 쓴다고 답한 나머지 응답자 중에서도 28%는 월 100달러 미만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마켓워치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취업 불황과 고물가가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Z세대가 데이트에 쓰는 월평균 비용이 사실상 ‘0달러’에 가깝다”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둘째, BMO 파이낸셜 그룹의 ‘2026 리얼 파이낸셜 프로그레스 지수(Real Financial Progress Index)’**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올인(all-in)’ 데이트 비용, 즉 의상 구매비와 교통비, 식사비를 모두 합친 금액은 189달러(약 28만 원)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Z세대만 따로 보면 1회 평균 데이트 비용이 205달러까지 올라간다는 후속 분석도 나왔다.
셋째, 가장 최근인 2026년 8월 초 뉴욕타임스 보도와 브리검영대학교(BYU) 휘틀리연구소·가족연구소(Institute for Family Studies)의 공동 연구다. 이 연구는 22~35세 미혼 청년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을 데이트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년 중 실제로 데이트를 하는 비율은 약 30%에 불과했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데이트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31%에 그쳤다. 특히 젊은 여성의 74%, 젊은 남성의 64%가 지난 1년간 데이트를 거의 하지 않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세 조사가 종합적으로 인용되면서 “Z세대는 첫 데이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진 것이다.
2. 숫자로 보는 Z세대 데이트 비용의 현실
Z세대 데이트 비용이 실제로 얼마나 부담스러운 수준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 BMO 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한 번에 드는 평균 비용은 189달러(약 28만 원)로, Z세대는 평균 205달러, 밀레니얼 세대는 평균 252달러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 Z세대의 48%, 밀레니얼 세대의 40%는 “데이트 비용이 저축 등 재무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고 답했다.
- 싱글 응답자의 절반은 비용 부담 때문에 데이트 횟수를 줄이거나 저렴한 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47%는 “데이트가 그 비용을 치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 외식 물가 상승도 한몫했다. 2020년 2월부터 2025년 4월 사이 미국의 평균 외식 메뉴 가격은 31% 올랐다(미국 노동통계국 자료 기준).
즉 단순히 “Z세대가 돈을 안 쓴다”가 아니라, 외식·유흥 물가 자체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데이트라는 사회적 활동 전체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에 가깝다.
3. 로맨스 불황 속 진짜 사람들의 에피소드
통계만으로는 체감이 잘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은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다.
**LA의 배우 지망생 브렛 개프니(26)**는 외식업 아르바이트와 오디션, 유튜브 단역 출연 등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린다. 그는 “데이트를 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정하는 저녁 데이트(식사+칵테일) 비용은 250달러 수준으로, 몇 년 전 12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뛰었다. 바쁜 달에는 데이트에만 월 800달러 넘게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기름값이 갤런당 6달러에 육박하자 데이팅 앱에서 차로 20분 이내 거리에 사는 상대만 매칭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전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26세 윈스턴 줄스는 “작년 여름에는 데이트를 하면 20달러짜리 칵테일이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지만, 요즘은 공원을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며 “재정적 안정을 위해 사교 모임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사례는 이른바 ‘가성비 데이트’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욕 아스토리아의 27세 그레이스 사켈라리우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결혼과 육아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현실적인 비용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반 데이트에서 남성들이 비용을 나눠 내자고 요청하는 것이 “낙담스러웠다”며, “모든 게 너무 비싸져서 우리 세대의 성장이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쿨 진학을 앞둔 25세 조시 티민스는 아예 데이트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데이팅 앱을 “다소 영혼 없는” 방식이라고 표현하며 진짜 연결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개인 사례들은 단순한 ‘짠돌이 세대’라는 프레임과는 결이 다르다. HR 컨설턴트 브라이언 드리스콜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Z세대를 ‘구두쇠’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이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신중하며 인생 초기부터 경제 위기, 학자금 대출, 집값 폭등을 겪어왔다.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데이트 비용을 쓰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4. 연애 대신 ‘동거’? — Z세대 데이트 비용이 만든 나비효과
흥미로운 대목은 Z세대 데이트 비용 부담이 주거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인용된 부동산 플랫폼 스트리트이지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커플이 1인 가구가 아닌 원룸을 함께 쓰면 연간 임대료를 2만 5,000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싱글세’ 격차로 꼽힌다. 코넬대학교의 노동경제학자 벤저민 골드먼 교수는 “20~30대가 뉴욕 등 대도시에서 경제적으로 정체된 느낌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연애·결혼율 감소일 수 있다”며 그동안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지점이라고 짚었다.
즉 역설적으로 청년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한 ‘데이트 비용’ 자체를 감당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셈이다.
5. 데이트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 ‘가성비 데이트’의 부상
비용 부담은 데이트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데이팅 앱 힌지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의 절반 정도가 Z세대인 이 앱에서 커피 마시기, 공원 산책, 보드게임, 별 보기처럼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데이트 코스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데이트 앱 오케이큐피드의 미셸 카예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이사도 “Z세대는 목적을 가지고 데이트하며 화려한 지출보다 호환성과 공유된 가치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채나 저임금 등 경제적 압력으로 인해 자신이 데이트할 수 없다고 느끼는 Z세대를 자주 목격한다”고 덧붙였다.
BofA의 윌 스메이다 금융센터 책임자 역시 이러한 흐름을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외출과 데이트에 대해 어려운 절충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조사에서 응답자의 42%는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사교 활동 자체를 거절하는 게 더 편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6. 정리하며 — ‘로맨스 불황’ 보도, 과장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Z세대는 첫 데이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보도는 특정 매체 하나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BMO 파이낸셜 그룹·BYU 휘틀리연구소 및 가족연구소·뉴욕타임스 등 신뢰도 있는 기관과 언론사의 조사·취재가 겹겹이 쌓여 나온 결론이었다. 다만 이를 단순히 “요즘 애들은 짠돌이”라는 세대론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외식 물가 상승과 고용시장 불안, 주거비 부담이라는 구조적 배경 속에서 Z세대 데이트 비용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이 흐름이 저출산·비혼 트렌드와 어떻게 맞물릴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