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캐피탈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요즘 SNS나 경제 뉴스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법한 알록달록한 인포그래픽, 미국 주별 지도 위에 색깔로 데이터를 표현한 그 그래픽들. 이걸 만드는 곳이 바로 “비주얼 캐피탈리스트(Visual Capitalist)”입니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제프 데자르댕(Jeff Desjardins)이 2011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투자와 비즈니스 분야의 신흥 트렌드를 시각 콘텐츠로 만들고 큐레이션하는 미디어 사이트입니다. 흥미로운 건 시작이 거창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광산 기업 분석 같은 틈새 주제로 출발했는데, 점점 영역을 넓히며 지금은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 인사이더, 뉴욕타임스에까지 소개되고 레딧 메인 페이지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제프 데자르댕은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2011년부터 사업가로 활동해왔고, 그전엔 컨설팅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넘어왔다고 말이죠. 평범한 캐나다인이라 하키도 좋아한다는 소소한 인간미도 인상적입니다. 비주얼 캐피탈리스트는 외부 투자 없이 자력으로 키운(부트스트래핑) 회사인데, 지금은 블랙록, JP모건, 뉴욕 라이프, 세일즈포스 같은 포춘 500대 기업을 고객으로 둔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데자르댕은 데이터 시각화 관련 책을 두 권 출간했고, 2021년에는 와일리(Wiley & Sons) 출판사를 통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책도 냈다고 하니, 단순한 그래픽 디자인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 스토리텔링’ 자체를 업으로 삼은 셈입니다.
이 회사의 철학이 재밌는데, 데자르댕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는 더 분산되어 있고, 분노 유발이 아니라 증명되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겁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 대신 숫자와 지도로 말하겠다는 거죠.

이번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 5년 주택가격 변동의 데이터 출처
이번 그래픽의 정식 제목은 “U.S. Housing Market: Home Price Growth by State (2021–2026)”이며, 2026년 6월 15일 비주얼 캐피탈리스트의 제나 로스(Jenna Ross) 기자가 발행했습니다. 핀테크 기업 플라스마(Plasma)와의 파트너십으로 제작된 ‘생활비(Cost of Living)’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데이터 출처가 명확하다는 점이 이 회사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데이터는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 FHFA)에서 가져왔으며, 가격 변동치는 2026년 1분기로 끝나는 5년 기간에 대해 계절 조정과 명목 기준으로 산출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2021년 1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정확히 5년 동안 각 주의 단독주택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추적한 겁니다.
FHFA의 주택가격지수(House Price Index)는 단순한 평균 매매가가 아니라, 같은 부동산이 반복 거래되거나 재융자될 때의 가격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비싼 동네에 집이 많이 팔렸다”는 식의 착시가 생기지 않고, 실제 같은 집의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순수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종의 ‘동일 매물 비교(apple-to-apple)’ 방식이라 부동산 업계에서는 가장 신뢰받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미국 주택가격 5년 상승률 순위 — 메인주가 1위에 오른 사연
위 차트에서 보신 것처럼, 5년간 주택가격 상승률 순위 최상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인주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1분기부터 2026년 1분기 사이 가격이 58% 이상 상승한 겁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득은 2021년부터 2025년 말까지 16%밖에 오르지 않아, 주택비용과 소득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게 비주얼 캐피탈리스트의 분석입니다. 집값은 58% 뛰는데 월급은 16%만 오른 셈이니, 메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한탄이 나올 법합니다.
흥미로운 건 메인주가 1위에 오른 배경입니다. 한정된 주택 공급, 원격근무자들의 유입, 그리고 메인주 특유의 자연경관과 삶의 질이 만들어낸 강한 수요가 완벽한 폭풍처럼 겹쳤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뉴욕이나 보스턴의 빡빡한 도심을 떠나 메인주의 한적한 해안가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등대와 랍스터, 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이 시골 같은 주가 갑자기 미국에서 가장 핫한 부동산 시장이 됐다는 점이 꽤 아이러니합니다.
2위는 메인주와 거의 차이 없는 버몬트주입니다. 버몬트주는 58%에 살짝 못 미치는 두 번째로 높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록했고, 메인주와 마찬가지로 더 넓은 공간과 높은 삶의 질을 찾는 원격근무자들의 유입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몬트주의 사정은 메인주보다 더 심각합니다. 버몬트주의 주택시장은 높은 건설비용과 다세대 주택 개발을 제한하는 엄격한 용도지역제(zoning) 규제라는 추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느린 주택 건설 속도로 인해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2029년까지 수요를 충족하려면 연중 거주 가능한 주택이 2만4,000채에서 3만6,000채는 더 필요하다는 추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단풍과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이 작은 주가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3위부터 살펴보면 뉴저지(54%), 코네티컷(53%), 사우스캐롤라이나(52%), 뉴햄프셔(52%), 위스콘신(50%), 로드아일랜드(50%), 노스캐롤라이나(48%), 뉴욕(48%) 순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상위 5개 주 중 4개가 북동부(Northeast) 지역에 속하는데, 사우스캐롤라이나만 이 흐름을 거스른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인구 이동에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2025년 미국에서 1인당 인구 증가율이 가장 빨랐던 주였고, 강한 일자리 성장이 계속해서 새로운 거주자들을 끌어들이며 주택 수요를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뉴욕에서 한파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은퇴자들과, 자동차·항공우주 산업이 몰려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신생 공장 일자리를 찾아온 젊은 노동자들이 한데 섞이며 만들어낸 결과로 보입니다.
반면 하위권으로 가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콜로라도(23%), 오리건(22%), 루이지애나(18%), 그리고 가장 낮은 곳은 다름 아닌 워싱턴 D.C.로, 단 1% 상승에 그쳤습니다. 팬데믹 초기 재택근무 확산으로 정부청사 도시인 워싱턴 D.C.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캘리포니아(24%)나 워싱턴주(27%) 같은, 한때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서부 해안 지역들도 의외로 5년 누적 상승률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미국 주택가격 상승의 명과 암 — 숫자 너머의 이야기
5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단순히 “오, 집값 많이 올랐네” 하고 끝낼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그 이면에 숨겨진 격차 때문입니다.
주택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전국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house price-to-income ratio)은 1985년 3.5에서 2025년 5.1로 치솟았습니다. 다시 말해 주택가격이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1985년에는 연소득의 3.5배만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5.1배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죠. 30대 직장인이 부모님 세대보다 훨씬 더 오래, 더 힘들게 저축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이 여파는 자가 소유자뿐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버몬트주 일부 지역의 임대 공실률은 1%까지 떨어졌고, 세입자 4명 중 1명은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통계는 충격적입니다. 보통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분류하는데, 그 기준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부담을 지고 사는 사람이 4명 중 1명이라는 겁니다.
또 하나 짚어볼 만한 흥미로운 사실은,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택가격이 하락한 주가 미시시피였다는 점입니다(이는 1년 단위 데이터 기준이며, 이번 5년 누적 그래픽에서는 미시시피도 38% 상승으로 집계됩니다). 대부분의 주에서 주택시장 성장률이 실질 GDP 성장률(2.5%)이나 물가상승률(2.9%)을 앞질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부동산이 거의 모든 다른 자산보다 더 빠르게 가치가 불어나는 ‘슈퍼 자산’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장 의외였던 포인트 — 부자 동네가 꼴찌인 이유
비주얼 캐피탈리스트의 다른 관련 그래픽을 보면 이 5년 데이터와 흥미로운 대비를 이룹니다. 같은 회사가 2026년 초에 발표한 **”Mapped: Where U.S. Home Prices Are Rising—and Falling”**이라는 자료를 보면, 2025년 12월 기준 1년간 변동에서는 시카고가 주요 대도시 중 4.0%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호놀룰루는 -8.1%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고 합니다. 가격 하락은 주로 서부와 선벨트 지역에 집중됐으며, 마이애미(-4.3%), 덴버(-3.2%), 피닉스(-2.3%) 순으로 두드러졌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다시 말해, 팬데믹 기간 폭등했던 선벨트(남부·서부 온화 지역) 시장은 최근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5년 누적으로 보면 여전히 북동부와 중서부의 ‘조용한 강자’들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흐름이 읽힙니다. 한때 “은퇴하면 플로리다나 애리조나로 간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 숫자가 알려주는 미국 부동산의 속살
5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통계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메인주의 등대 마을이 어느새 부동산 핫플레이스가 됐다는 사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북동부의 전통적 강세를 깨고 5위 안에 들었다는 반전, 그리고 워싱턴 D.C.라는 권력의 중심지가 정작 집값 상승률로는 전국 꼴찌라는 역설까지. 비주얼 캐피탈리스트는 이런 디테일들을 화려한 그래픽 한 장에 압축해 담아내는 솜씨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다음에 비주얼 캐피탈리스트의 지도나 차트를 보게 되신다면, 그 안에 숨겨진 데이터 출처와 행간의 의미를 한 번 더 들여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색깔로 칠해진 미국 지도 한 장이, 사실은 누군가의 내 집 마련 꿈과 누군가의 임대료 걱정을 동시에 담고 있는 셈이니까요.
참고 자료 및 출처
- U.S. Housing Market: Home Price Growth by State (2021–2026) – Visual Capitalist
- Mapped: Where U.S. Home Prices Are Rising—and Falling – Visual Capitalist
- Housing Market Snapshot: Price Changes by State – Visual Capitalist
- FHFA House Price Index Report 2026 Q1 – 미국 연방주택금융청
- Jeff Desjardins 인터뷰 – Entrepreneurs on Fire
- Visual Capitalist 회사 소개 – Innovations of the World



